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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느낌있는 글

미셸 투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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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사랑'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우리는 금기시된 의심과 환상을 깨고 생각을 해봐야만 한다.





사랑은 이데올로기적인 감정으로 해석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신화들, 연극, 영화, 티비 드라마는 사랑을 미화시킨다.

그렇게 이상화 된 이미지는 우리 삶에 깊이 파고 들어

막 만난 남녀의 눈을 멀게 만들고

집에 돌아가서 친구에게 혹은 형제에게

'영화같은 사랑에 빠졌어'라는 말을 쉽게 내뱉도록 만든다.





사랑이라는 엄청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 이라고 불리는 감정에 속지 않는 길이다.





흔히 말하는 '사랑에 빠지면 장님이 된다' 라는 격언은 사실이다.

사랑은 상대의 결점을 흐리게 만들고

장점만을 극대화시켜 선명히 표현하는 일종의 아웃 포커싱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플레임 안을

온갖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히고

자연스레 플레임 밖의 세상에는 무관심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사진 찍어진 최초의 이미지는 너무나 강렬하여 사랑이 식고,

이미 결점을 다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용사가 병실 침대에 누워서 영광의 상처를 들춰보듯이

꺼내볼 수 있는 빛바랜 추억으로 남는다.





사랑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아야한다.

막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의 눈에는 현재 모든 것이 완벽하고 견고해 보이기만 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언젠가는 치명적이 될 균열들이 나있다.





사랑의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뒷걸음 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뒷걸음질은 안개를 걷게 만들어 주고

환상에서 서서히 깨어나게 만든다.

그때 연인은 균열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똑바로 바라볼 수는 없다.

(만약,

환상을 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불가피한 이별을 맞이 하게 된다면

그것은 완벽한 사랑으로 기억된다.)





결국 그 공간은 갈라지고 조각들이 떨어져내린다.

그 사이에 아무리 새 회벽을 발라도 소용없다.

눈이 멀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최초의 균열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그제서야 깨닫거나,

혹은 다른 견고해 보이는 벽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뛰어간다.





만약 이 연인들이 그 균열을 최초에 볼 수 있었다면,

그 불행의 씨앗을 최초의 달콤하기만 한 환상으로부터

걸러낼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랑은 상대적이다.

사랑에서 평등이란 없다.

만약, 사랑을 양으로서 측정할 수 있다면

언제나 그 양이 더 많은 쪽이 안달하고 매달리게 된다.

넘칠 정도로 가득찬 사랑을 가진 사람은

그 무게에 스스로 질식하고 만다.





반면에 약간의 공간을 남겨둔 쪽은 언제나 여유롭다.

가득찬 쪽은 상대의 사랑도 가득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상대의 사랑을 조금씩 줄어들게 만드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바람둥이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람둥이는 결코 한 상대에게 넘치도록 사랑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사랑은 여러명의 이성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똑같이 분배된다.

그래서 이성이 느끼기에 언제나 사랑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

바닥에 찰랑되는 사랑은 그를 더욱 더 소유하고 싶게 만들고

가득 채워주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히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늘 불신과 소유에의 욕망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론은

실제 사랑이라고 불리는 감정 상태에서는

아무런 지침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

하루 종일 전화를 기다리거나

참을 수 없는 질투로 스스로를 자해하거나

몇 시간을 달려 상대를 보러가는 식으로 스스로를 바보로 만든다.





어째서 인간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인간은 언제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향해

맹렬히 질주 할 수 밖에 없는가?









우정과 사랑 사이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상호성이 없는 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우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우정을 느낄 수 없다.





서로 우정을 나누는 경우가 아니면,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랑은 서로 나눌 수 없다는 불행으로부터

자양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일 당신 친구가 당신이 천박하게 여기는 행동을 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당신 친구가 아니다.

경멸은 우정을 죽여 버린다.





반면에,

사랑의 격정은 사랑하는 대상의 어리석음,

비겁함,

천박함 따위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다고?




때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탐욕,

욕식 등의 가장 나쁜 단점들 때문에 더욱 격렬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추잡한 것을 먹고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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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이 글을 읽게 된건지 기억은 안나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했기에 가능한 글이라 생각했다
너무 공감했고 이 작가의 책을 다 모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록 아직 다 모으진 못했지만, 아직도 내 마음 한켠에 자리매김한 이 글귀는 아마 꽤 오래 남을것 같다
희망사항 이지만 언젠가 이분처럼 우아한 산문을 써보고 싶다
깊고깊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편안하고 따뜻한, 회상케하는 그런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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